- 작성일
- 2025-08-14
- 작성자
- 최원준 에디터
스트리밍 시대의 대표 아이콘으로 불리던 유튜브가 이제는 거실 TV 리모컨까지 장악하고 있다. 짧고 강렬한 형식의 콘텐츠가 모바일을 넘어 대형 화면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유튜브가 ‘세컨드 스크린’에서 ‘퍼스트 스크린’으로 지위를 넓혀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닐슨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미국 TV 전체 시청 시간 가운데 유튜브가 차지한 비율은 12.8%로, 모든 플랫폼 중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상파(18.5%)와 케이블(23.4%) 같은 전통 방송 전체를 뛰어넘는 수치는 아니지만, 개별 플랫폼 중에서는 가장 높은 점유율이다. 넷플릭스(8.3%), 디즈니플러스(4.8%) 등 기존 온라인 동영상 강자들과 비교해도 격차가 뚜렷하다.
유튜브의 이런 확장에는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의 폭발적 증가와 숏폼 위주의 AI 추천 구조가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영상 제작·시청의 진입 장벽이 낮은 데다, 몇 분 내외의 짧은 영상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형식이 Z세대를 중심으로 한 ‘무한 시청’ 습관을 거실 화면으로 옮겨놓고 있다.
한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이 선호하는 영상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회전율과 체류 시간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며 “시청자가 일일이 콘텐츠를 고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피로감이 적고, 그 때문에 TV로 유튜브를 즐기는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제작 방식에서도 유튜브의 차별성이 두드러진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가 수십억 달러를 들여 오리지널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것과 달리, 유튜브는 크리에이터와 광고 수익을 나누는 구조로 자생적인 생태계를 형성했다. 특정 제작사나 지식재산권(IP)에 의존하지 않고도 하루 수백만 개의 영상을 유통할 수 있어, 대규모 제작비 없이도 공급망을 스스로 유지할 수 있다는 평가다.
또한 광고 기반 무료 콘텐츠, 숏폼 크리에이터 영상, 유료 실시간 채널 ‘유튜브 TV’ 등 3중 수익 구조를 갖추며 케이블TV 시장까지 위협하고 있다. 유튜브 TV는 미국에서 월 72.99달러(약 10만원)에 뉴스·스포츠·드라마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케이블을 떠난 시청자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 구조를 토대로 유튜브는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2분기 실적에 따르면 유튜브 광고 매출은 98억 달러(약 13조5681억 원)로, 전년 동기(86억 달러, 약 11조9067억 원) 대비 13.9% 증가했다. 같은 시기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주요 OTT가 성장 정체 또는 감소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유튜브는 광고 시장 회복의 최대 수혜 플랫폼으로 꼽힌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튜브의 약진을 단순한 유행이 아닌 TV 미디어 권력의 구조적 이동으로 본다. 모바일 중심 플랫폼으로 인식되던 유튜브가 이제는 거실 TV에서 가장 먼저 켜지는 ‘퍼스트 스크린’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이끄는 소비 패턴 변화가 방송 산업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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